2017. 10. 15. 23:41 괴담번역/요재지이(聊齋志異) - 포송령(蒲松齡, 푸쑹링)
저승이 준 수명(祿數·녹수)
평소 못된 짓을 많이 저지르는 어떤 세도가가 있었다.
그의 부인은 언제나 인과응보를 말하며
남편에게 행실을 고치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무슨 말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마침 사람의 수명을 귀신같이 맞힌다는
어떤 관상쟁이가 그가 사는 마을에 나타났다.
그가 찾아가 자신의 남은 수명을 말해 달라고 부탁하자,
관상쟁이는 세도가의 얼굴을 샅샅이 훑어보고 나서 이렇게 예언했다.
"당신은 앞으로 쌀 스무 섬과 밀가루 사십 섬을 먹은 다음
하늘이 주신 목숨을 마치게 될게요."
그는 돌아와서 부인에게 그 말을 전했다.
한사람이 한 해에 겨우 밀가루 두 섬을 먹어치우니
자신에게는 아직도 이십여 년의 수명이 남아있다고 생각한 그는,
설마하니 나쁜 짓을 한다고 당장 죽기라도 하려는 배짱까지 생겨 전처럼 만행을 일삼았다.
해가 바뀐 뒤,
그는 느닷없이 당뇨병에 걸렸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돌아서면 곧 배가 꺼져
그는 하루에도 열댓 번이나 밥을 먹게 되었다.
일 년도 채 가시지 않아 그는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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