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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신미미부쿠로(怪談新耳袋) - 현대 백물어(現代百物語) -
네번째 밤(第四夜)
키하라 히로카츠(木原浩勝), 나카야마 이치로(中山市朗)
카도카와 문고(角川書店)


나에게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

『신미미부쿠로』의 여러 권이
현대 괴담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한 걸작이 다 갖추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책 『네번째 밤』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는 내리고 싶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의 목장」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것 중, 
문장으로 읽은 공포 이야기의 최고 걸작이다.
아니, 걸작도 단순한 표현이다.

바꿔 말해보자.
「산의 목장」은 참으로 어둡고 음침하고 섬뜩하고 무섭다ㅡ
에이, 이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한다.
참으로 싫은 이야기인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물론, 여기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읽어주시는 수밖에는 없지만
사실은, 이전에, 저자 두 사람과 별개의 인물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역시 칸사이 사람이었다)

정말 기분이 나빴다.
아아, 싫다, 싫어.

언제 그랬던 건지, 말해줬던 인물이 이야기하는 말투도 잊어버렸지만,
나의 궁핍한 상상력이 머릿속에 박아넣은 목장의 광경만큼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아아, 그만두자.
나는 잊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 
그런데도, 뻐끔히 이계(異界)로 이어지는 구멍이 있다고 확신시켜 주는 것이다.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를, 나는 또 한가지 알고 있다.

『신미미부쿠로』첫번째 밤 「지하실」이다.


낡은 집 마루ㅡ
그 아래에 아마 몇백 년 동안 남모르게 존재했던 다다미가 2장 깔린 작은 공간, 
그리고 벽에 그려진 붉은 원.

모두 현실 그 자체이면서, 
독자는 둥근 원 속으로, 독자들만의 다른 세계를 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뛰어난 괴담에만 허용되는 감각이다.
「산의 목장」에는 그 감각이 기묘하게 넘쳐흐르고 있다.

이야기의 어디에 바늘을 찔러도, 그것은 더러운 액체처럼 뿜어져 나와서,
머리부터 뒤집어쓴 독자의 정신을 평생에 걸쳐서 무섭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세상의 시각이 바뀔지도 모르는 것이, 「산의 목장」인 것이다.
보통의 괴담을 듣는 것과 읽는 것, 어느 쪽이 무서운가 하면, 전자이다.
화자의 손에 달려 있겠지만, 「산의 목장」에서 들려준 기술은 발군이었다.
내가 본서에서, 학수고대하면서 이것을 읽은 것도, 그 전초전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것은 읽어도 무서웠다. 
아니, 읽는 것이 무서웠다.

지금 와서 보면, 「산의 목장」은,
대화에서도 문장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알리는 수단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싫은 것이다.
그러니까, 내 머리의 어두운 구석에, 모든 광경이 끝없이 줄지어있다.


좁은 산길.
흰색 페인트로 목장까지의 거리가 적힌 드럼통, 그리고 계단이 없는 이층집.
방에 남겨진 문자는ㅡ

이제 질색이다.
「산의 목장」을, 나는 괴기담이라고도 괴이담이라고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는 현실만이 있다.
자연의 빛 아래에 펼쳐진 목장의 모습만이 우리가 보는 것이다.
그것이 모두, 어딘가 조금씩 다른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자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괴이의 경험ㅡ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위를 향해 뒤집힌' 트랙터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계단이 없는 이층집도, 설계 오류일 뿐이다.
그 탓에, 이곳은 버려졌고, 
그렇기 때문에 외양간에 소를 넣은 흔적이 없는 것이다ㅡ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2층의 방에 남겨진 기분 나쁜 물건들도, 
반은 장난으로,
혹시나 이곳에 오는 사람을 겁주기 위한 장치가 틀림없다.
건물 안의 바위?
ㅡ그것도 장난이다.
마음만 먹으면 옮겨두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요컨대 모두 해명 가능한 일들뿐이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ㅡ
이 이야기의 화자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피가 얼어붙어 버린다.
조금만 다른 현실의 집합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틀림없이 초자연의 공포이다.

그래서「산의 목장」은 공포담이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 이름이 적당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현실이 만들어 낸 초자연적인 공포ㅡ 
이를 정의하는 명칭을 우리는 지금 갖고 있지 않다.
우주가 태어나서 만들어진 수많은 이야기 속에,
단 한 편, 우주의 법칙에 어긋나고, 해명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세계는 매우 풍요로워질 것이다.

「산의 목장」은 내가 아는 한, 그런 희귀한 한 편이다.

해설도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솔직하게 쓰자면, 목장을 보고 나서의 이야기는 모두 사족이다.
무리가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는 별도로 치더라도)

본래라면, 그것만으로 본서도 거짓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산의 목장」은 그런 것을 조금도 문제 삼지 않는 바람에, 
조용히 독자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리 온, 이리 온'하며 부르고 있다.


절대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이런 이야기는 모르는 것이 정신에 좋기 때문이다.
굳이 이 한 편은 봉인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뭔가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은 누가 질까?
나는 싫다.
읽지 말아라.



2003년 5월 모일
「주온 2」을 보면서
키쿠치 히데유키(菊地秀行)


Posted by 김허니브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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