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6. 02:39 괴담번역/요재지이(聊齋志異) - 포송령(蒲松齡, 푸쑹링)
남첩(男妾·남첩)
어느 퇴임 벼슬아치가 양주에서 첩을 사려고 연달아 선을 보았다.
몇 집이나 돌아도 죄다 성에 차지 않았는데,
유독 어느 할멈이 내놓은 열네댓 살가량의 딸만은 마음에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생김새가 빼어나게 예쁜 데다 기예까지 두루 갖춘 재원이었던 것이다.
퇴임 관료는 흐뭇한 나머지 후한 값을 치르고 즉각 그녀를 사들였다.
밤이 되어 이불에 들어갔더니 여자는 기름 덩어리보다 더 매끈한 피부가 일품이었다.
신이 난 벼슬아치가 그녀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더니 이게 웬걸 뜻밖에도 엄연한 사내자식이었다.
기겁한 그는 무슨 영문인지 사내를 추궁했다.
알고 보니 노파는 예쁘장한 사내아일 사들여
정성껏 가꾸고 분장시켜 한판의 사기극을 벌인 것이었다.
날이 밝자마자 벼슬아치는 하인을 파견해 노파를 수색했다.
하지만 노파는 벌써 줄행랑을 놓은 다음이라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부아가 치밀어 속을 끓였지만, 도무지 진퇴양난이었다.
때마침 같은 해의 과거에 합격했던 아무개가
절강에서부터 인사차 찾아왔기에 벼슬아치는 그를 붙들고 자신의 딱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아무개는 곧 그 여장남자를 만나겠다 하더니 첫눈에 반해 원가에 사들인 뒤 데리고 갔다.
이사씨는 말한다.
뜻에 맞는 지기를 만나면 제아무리 남위 같은 미인을 안겨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저 무식한 노파는 무슨 까닭에 쓸데없는 사기극을 벌였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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