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임 벼슬아치가 양주에서 첩을 사려고 연달아 선을 보았다.


몇 집이나 돌아도 죄다 성에 차지 않았는데,

유독 어느 할멈이 내놓은 열네댓 살가량의 딸만은 마음에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생김새가 빼어나게 예쁜 데다 기예까지 두루 갖춘 재원이었던 것이다. 

퇴임 관료는 흐뭇한 나머지 후한 값을 치르고 즉각 그녀를 사들였다.


밤이 되어 이불에 들어갔더니 여자는 기름 덩어리보다 더 매끈한 피부가 일품이었다.

신이 난 벼슬아치가 그녀의 은밀한 곳을 더듬었더니 이게 웬걸 뜻밖에도 엄연한 사내자식이었다.

기겁한 그는 무슨 영문인지 사내를 추궁했다. 

알고 보니 노파는 예쁘장한 사내아일 사들여 

정성껏 가꾸고 분장시켜 한판의 사기극을 벌인 것이었다.


날이 밝자마자 벼슬아치는 하인을 파견해 노파를 수색했다.

하지만 노파는 벌써 줄행랑을 놓은 다음이라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부아가 치밀어 속을 끓였지만, 도무지 진퇴양난이었다.


때마침 같은 해의 과거에 합격했던 아무개가 

절강에서부터 인사차 찾아왔기에 벼슬아치는 그를 붙들고 자신의 딱한 사정을 하소연했다.

아무개는 곧 그 여장남자를 만나겠다 하더니 첫눈에 반해 원가에 사들인 뒤 데리고 갔다.



이사씨는 말한다.


뜻에 맞는 지기를 만나면 제아무리 남위 같은 미인을 안겨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저 무식한 노파는 무슨 까닭에 쓸데없는 사기극을 벌였을꼬!

Posted by 김허니브레드

어떤 날품팔이 수레꾼이 무거운 화물을 잔뜩 실은 수레를 밀고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수레를 미는데 

이리 한 마리가 달려와 그의 엉덩이 살을 깨물었다.


수레꾼은 손을 놓고 이리를 쫓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수레에 실린 물건들이 자기 몸으로 무너져 내릴 판이었다.


그는 별수 없이 아픔을 참고 계속해서 수레를 밀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고 나니 이리는 벌써 살점을 뜯어먹고 달아난 참이었다.


수레꾼이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찰나 살금살금 다가와 고깃점을 깨물었던 것이다.

그 이리란 녀석 참 교활하면서도 재미있구나.


Posted by 김허니브레드

명나라 말기 제남부 관할 경내에는 도둑이 무척 많았다.


각 고을에서는 체포 전담반을 두고 도적을 잡기만 하면 그 즉시 처형시켜 버리곤 하였다.


그중에서도 장구현은 다른 지역보다 유달리 도적이 많았다. 


이 고을의 한 병사에게 날이 잘 선 예리한 칼이 있었는데,

사람의 목을 내리칠 때마다 상쾌하게도 단칼에 잘려나갔다.


하루는 십여 명의 도적이 한꺼번에 잡혀 형장으로 압송되었다. 

도둑 중에서 한 놈이 그 병사를 알아보고 쭈뼛쭈뼛 다가가 부탁의 말을 전했다.


"듣자 하니 당신의 칼은 무척 예리해서 두 번 내리치는 일이 없다면서요.

당신이 좀 저를 죽여주십시오."


병사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지. 나에게 바짝 붙어 멀리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게."


도둑은 그에게 졸졸 붙어 형장까지 따라갔다.

병사가 칼을 빼어 한번 휘두르자마자 도둑의 머리는 벌써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머리통은 몇 발짝 밖으로 떼구르르 굴러가면서 큰소리로 감탄했다.


"진짜 잘 드는 칼일세!"

Posted by 김허니브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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