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도현(益都縣)에 정씨(鄭氏) 성을 가진 형제가 살았는데 두 사람 모두 공부하는 선비였다.


형은 일찍부터 이름이 나 부모는 늘 그에게만 관심을 쏟았다.

또 형을 편애하는 까닭에 큰며느리도 사랑을 받았다.


동생은 성적이 뒤떨어져 부모의 환심을 사지 못했고

그 때문에 작은며느리까지도 미움을 받는 처지였다.


이렇게 사사건건 차별 대우에다 냉대와 후대가 뚜렷이 구분되었으므로 

고부간에는 감정이 자못 응어리진 상태였다.


작은며느리는 늘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곤 하였다.


“똑같은 남자잖아요. 당신은 어째서 나와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분발하지 못하는 거죠?”


그녀는 마침내 남편과 한방 쓰기를 거부했다.


이로 말미암아 동생은 큰 자극을 받고 분발하여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그도 차츰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고 부모도 점차 작은아들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에 대한 대우와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작은며느리의 남편에 대한 기대는 매우 절실한 것이었다.


어느 해 향시(鄕試)가 치러지게 되자 그녀는 섣달 그믐날 밤에 거울로 점을 쳤다.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이 길을 가면서 서

로를 밀치며 장난을 치다가 그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너도 바람 쐬러 가거라!”


작은며느리는 이 말을 듣고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지만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결국은 그대로 접어두고 말았다.


향시가 끝난 뒤 형제는 나란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두 며느리는 부엌에서 일꾼들에게 내 다 줄 새참을 짓느라

화덕의 뜨거운 열기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말을 탄 통보관이 집으로 달려오더니 형이 거인(擧人)에 합격했다고 알려주었다.

시어머니는 부엌으로 쫓아와 큰며느리에게 일렀다.


“큰애가 합격했단다! 너는 그만 바람 쐬러 가거라.”


작은며느리는 분이 치솟고 억장이 무너져 눈물을 흘리면서 불을 땠다.


잠시 뒤 또 한 통보관이 찾아와 동생도 합격했다고 알려왔다.

작은며느리는 부지깽이를 있는 힘껏 내던지고 일어서면서 소리쳤다.


“나도 바람 쐬러 갈 거야.”


이때는 마음이 격해서 무의식중에 내뱉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바로 거울 점으로 들었던 그 말이었다.



이사씨는 말한다.

가난 때문에 부모가 자식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야 항용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안에서는 본래 화를 내면 안 되는 법이지.

그런데 저 작은며느리는 남편을 자극하여 분발시켰으니

원망이나 일삼는 무도한 자들과는 또한 다른 종류인 것이다.

부지깽이를 내던지고 벌떡 일어선 그 일화야말로 진정 고금을 망라한 통쾌한 일이라 하겠다!

Posted by 김허니브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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