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밤 제 81화.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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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이 책에서는 체험자의 이름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한해서는 그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등장하는 분에게 허가를 받아 굳이 실명을 담았다.
미와 아키히로 씨가 주연을 맡은 무대.
공연은 미시마 유키오의 『근대 노오가쿠집(近代能楽集)』이었다.
몇 일간의 공연 중에 일어난 일.
여배우 유라 요시코 씨는 차례를 기다리느라 무대 옆에 있고, 미와 씨의 연기를 보고 있었다.
『소토바코마치(卒塔婆小町)공원』의 막.
미와 씨가 공원 벤치에 앉아 낭랑한 목소리로 긴 대사를 읊고 있었다.
객석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때 미와 씨의 왼쪽 어깨에 하야가와리(早変わり, ※ 역주2)용 의상이
탄자쿠(短冊, ※ 역주3)처럼 잔뜩 걸려 있었다.
그 의상 사이로 얼굴이 보였다.
그때 유라 씨는 이상하게도 무섭다는 감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것보다 '미와 씨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남자의 얼굴로, 표정이 없어서 데스마스크(※ 역주4)를 연상하게 했다.
즉, '죽은사람의 얼굴'라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미와 씨의 모습이 이상해졌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읊었던 긴 대사를 갑자기 멈추게 된 것이다.
대사를 잊어버렸다기보다는 미와 씨의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된 상황.
'하아, 하아,' 미와 씨의 호흡이 힘들어 보였다.
장내는 고요해지고,
미와 씨의 상대역을 맡은 젊은 배우는 얼굴이 새파래진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꽤 길어졌다.
유라 씨는 1, 2분 정도 그런 침묵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어쩌지, 어쩌지, 나, 무대에 나가야 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동안에도 계속 미와 씨의 어깨에는 얼굴이 있었다.
그 얼굴 때문에 미와 씨가 저런 것이라고, 유라 씨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미와 씨는 간신히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 순간에는 어깨의 얼굴은 사라져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미와 씨는 연달아 송구스러워하면서,
주위의 출연자나 스태프들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라며 깊이 사과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배우들이 모여 워밍업을 하고 있는데,
미와 씨가 이런 말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때 미시마 씨가 무대에 내려와서, 그 순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어......"
'미시마 씨?'라며 유라 씨는 처음 깜짝 놀랐다.
그 데스마스크 같았던 얼굴.
사진에서 본 적이 있는 미시마 유키오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 날, 요코오 타다노리(横尾忠則)씨가 객석에 와 있었다.
미와 씨의 목소리가 잠긴 동시에 객석에 향기가 퍼졌다.
(미시마 씨가 쓰던 오 드 콜로뉴(※ 역주5)였다)
요코오 씨는,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주룩주룩 나와 멈출 수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빌려 울고 있는 것 같았다고 요코오 씨는 느꼈다고 한다.
※ 역주1
미시마 유키오 : 태평양 전쟁 후 활동한 소설가.
※ 역주2
하야가와리 : はやがわり[早変(わ)り]
가면극에서, 한 배우가 같은 장면에서 재빨리 변장하여 이역(二役)이상을 연기하는 일
※ 역주3
탄자쿠 : たんざく[短冊·短尺]
글씨를 쓰거나 물건에 매다는 데 쓰는 조붓한 종이;또, 그와 같은 꼴, ‘短冊切り’의 준말.
일본에선 칠석에 대나무 조릿대에 탄자쿠(短冊)에 소원을 써서 매다는 풍습이 있다.
※ 역주4
데스마스크(death mask) : 죽은 사람의 얼굴에 본을 떠서 만든 안면상
※ 역주5
오드콜로뉴(프랑스어 : Eau de Cologne)
향수 제품의 일종. 일반 향수와 비교하여 향기의 지속 시간이 짧음.